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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中 수영, 올림픽 메달 박탈 위기?…NYT “도핑 은폐 의혹, WADA 임무 실패”

중국 수영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강력한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음에도 대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스캔들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미국 뉴욕타임즈는 20일(한국시간) “중국 국가대표 수영 선수들이 3년 전 도쿄 올림픽 7개월 전에 강력한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중국 고위 관리들이 비밀리에 도핑을 면제해 주고 국제 기구가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계속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던 선수들 중 일부는 금메달 3개를 포함에 메달을 목에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미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추가 조사가 진행될 때까지 해당 수영 선수의 자격을 정지하거나 공개적으로 신원을 밝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지 않은 책임은 중국 스포츠 관계자, 세계수영연맹, 국가 약물 검사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세계반도핑기구에 있다”라고 주장했다.반면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선수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소식통의 보도를 인용, “FBI는 작년에야 양성 반응와 선수들의 부정 행위에 대한 근거, 그리고 WADA의 무대책에 대해 알게 됐다”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미국 반도핑기구 역시 “(도핑 위반은) 청렴한 선수들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이자, 공정하게 경쟁하고 규칙을 따르는 모든 선수에 대한 깊은 배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런 증거를 묻어 버리고, 내부 고발자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데 손을 댄 모든 사람들은 규칙과 법의 범위 내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비판했다.한편 중국 반도핑 기관에 따르면, 이 사건은 오염된 식품 공급으로 비롯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2020년 말과 2021년 중국 수영 선수들이 국내 대회를 위해 같은 호텔에 머물렀고, 이후 중국 수사관들이 호텔 주방에서 미량의 금지 약물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약물 유입 방법에 대한 증거가 없었고, 수영 선수들이 무의식적으로 소량 섭취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WADA는 중국이 내린 결정을 신중히 검토했고, 해당 사건에 대해 과학자 및 법률 고문과 상위한 뒤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보다 앞서 수영 전문 매체 스윔스왬은 “도쿄 올림픽 여자 계영 800m에 출전한 미국 수영 선수들이 미국도핑방지위원회(USADA)로부터 ‘중국이 계주 멤버의 도핑 규정 위반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미국이 금메달을 승계받는다’라고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도쿄 올림픽에 파견한 수영 선수단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들 중 일부는 금메달 3개를 포함한 다수 메달을 획득했다. 중국은 양쥔쉬안, 탕무한, 장위페이, 리빙제 순으로 경기해 7분40초33의 당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당시 미국이 7분40초73으로 2위, 호주가 7분41초29로 뒤를 이었다.선수들이 양성 반응을 보인 금지성분은 트리메타지딘으로 알려졌다.트리메타지딘은 의학적으로 협심증 치료제에 사용된다. 혈류량의 증가로 체내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부작용도 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트리메타지딘을 금지 약물로 지정했다. 과거 중국 수영 스타 쑨양, 러시아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해당 약물 양성 판정으로 논란이 된 기억이 있다.김우중 기자 2024.04.20 19:04
스포츠일반

[이석무 파이트클럽] 올림픽 역사나 다름없는 복싱, 왜 퇴출 위기에 몰렸나

고대올림픽부터 열렸던 복싱이 과연 올림픽에서 사라질까. 수천 년을 이어온 복싱의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7일 열린 집행위원회를 통해 전 세계 아마추어 복싱을 관장해 온 국제복싱협회(IBA)에 사실상 퇴출 통보를 내렸다. IOC 집행위원회는 IBA의 승인을 철회할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최종 결정은 오는 22일 열리는 임시 IOC 총회에서 내려진다. 집행위원회 결정이 뒤집힐 일은 거의 없다.그동안 IOC는 IBA를 향해 심판 문제, 재정, 지배구조, 윤리 문제 등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하지만 IBA는 IOC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IOC는 더 이상 IBA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복싱은 오래전부터 올림픽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대회 마다 심판 판정 및 금지약물 등 불미스러운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의 박시헌이 미국의 로이 존스를 이기고 금메달을 딴 것도 판정 논란의 대표적인 사건이었다.복싱 이미지에 치명타를 날린 대회는 2016년 리우 올림픽이었다. 대회 기간 내내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IOC는 변호사 리처드 맥라렌이 이끈 독립조사기구를 통해 리우 올림픽 복싱 판정 조사하도록 의뢰했다. 조사기구는 당시 채점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 대회에서만 11경기나 조직적으로 승부가 조작된 사실을 밝혀냈다.조사기구는 당시 IBA를 이끌었던 대만의 우칭궈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일부 국가에서 뇌물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그들은 그 보상으로 해당 국가 선수들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IOC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IBA에 강력한 개혁을 요구했다. IBA도 IOC가 요구한 개혁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원래 AIBA였던 연맹 이름을 IBA로 바꾼 것도 이 시기였다. 하지만 IOC와 IBA의 거리는 점점 멀어질 뿐이었다.IBA가 다시 도마위에 오른 사건은 2018년 1월 일어났다. 당시 IBA는 리우 올림픽 판정 논란과 기구 재정난을 초래한 우칭궈 회장을 퇴진시켰다. 대신 최장수 부회장이었던 가푸르 라히모프(우즈베키스탄)를 임시 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마약 거래 조직과 연루된 주요 범죄자였다. IBA의 도덕성은 또 한 번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결국 IOC는 2019년 총회에서 IBA의 올림픽 주관 국제연맹(IF) 자격을 정지시켰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복싱은 IBA가 주관하지 않고 대신 자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했다.IOC와 IBA가 완전히 돌아서게 된 것은 2020년 우마르 크렘레프(러시아)가 새 회장에 취임하면서다. 크렘레프 회장은 첫 번째 2년 임기를 마치고 2022년 5월 재선에 성공했다.이 선거도 문제가 많았다. 네덜란드의 보리스 판데르 보르스트가 경쟁 후보로 나섰지만 IBA는 그의 출마 자격을 문제삼아 후보 등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판데르 보르스트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다. 하지만 IBA는 선거를 연기하지 않고 그대로 강행했다. 단독후보였던 크렘레프 회장은 투표 절차 없이 박수로 당선됐다.재선에 성공한 크렘레프 회장은 폭주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대회 출전이 금지됐던 러시아 및 벨라루스 선수들의 대회 출전과 국기 게양, 국가 연주를 허락했다. IOC를 완전히 무시한 행동이었고, 이는 IBA 퇴출 결정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IBA가 퇴출됐다고 해서 복싱이 올림픽에서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도쿄 올림픽 때처럼 2024년 파리올림픽 복싱도 IOC가 직접 주관해 개최될 예정이다. 다만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복싱이 열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IBA는 IOC의 퇴출 결정에 CAS 제소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싱계에선 IBA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단체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IBA의 일방 독주에 반발해 일찌감치 탈퇴한 미국, 영국 등이 가입한 ‘월드복싱(World Boxing.WB)’이라는 단체가 힘을 얻고 있다. IOC도 WB에 대한 지원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아이러니하게도 복싱의 올림픽 퇴출을 가장 반대하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다. 미국과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프로복싱 시장을 가지고 있다. 복싱이 정식종목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올림픽 자체에 크게 타격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전체 복싱 산업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프로복싱의 풀뿌리라 할 수 있는 아마추어 복싱이 흔들리면 이는 곧 프로복싱의 몰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프로복싱을 대표하는 챔피언들은 대부분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다.복싱은 그리스 고대올림픽에서부터 열렸다. 물론 지금과는 형태가 달랐다. 고대올림픽 복싱은 작은 원안에서 두 선수가 맨주먹으로 치고받았다. 근대올림픽에선 1904년 제3회 세인트루이스 하계올림픽부터 복싱이 시작됐다. 대한민국이 태극기를 앞세워 처음 출전했던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수확한 종목도 복싱이었다. 한때 한국의 메달 효자종목이기도 했다. 세계인들이 여전히 열광하는 복싱이 올림픽 퇴출 위기에 몰렸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23.06.16 09:00
메이저리그

'공수겸장+316홈런' 롤렌, 6수 만에 HOF 입성

메이저리그(MLB) 대표 공수겸장 3루수였던 스캇 롤렌(48)이 올해 유일한 명예의 전당 입회자로 뽑혔다.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25일(한국시간) 명예의 전당 입회자를 선출한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롤렌은 득표율 76.3%(297표)를 기록, 올해 후보자 28명 중 유일하게 입회 기준선(득표율 75%)을 넘겼다.롤렌은 지난 2012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고, 은퇴 5년 후 명예의 전당 입회 후보에 올랐다. 입회가 쉽지 않았다. 첫 번째 도전인 2018년 투표에서는 득표율 10.2%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해마다 득표율을 끌어올렸다. 지난해에는 탈락자 중 가장 높은 63.2%의 득표율을 찍었다. '우상향'을 찍은 득표율 덕분에 희망적인 전망이 그를 따랐고, 올해 6번째 도전 만에 마침내 명예의 전당에 이르는 영예를 안았다.지난 1996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롤렌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2002∼2007년), 토론토 블루제이스(2008∼2009년), 신시내티 레즈(2009∼2012년) 4개 팀에서 17년을 뛰었다. 1997년 만장일치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통산 타율 0.281 홈런 316개 타점 1287개 안타 2077개를 남겼다. 홈런에 더해 2루타도 517개나 때릴 정도로 장타력이 뛰어났고 수비력도 완벽했다. 통산 8번이나 골드 글러브를 수상했고, 올스타로도 7번 선정됐다.롤렌은 데뷔해 은퇴할 때까지 3루수로만 뛴 전문 3루수다. 1982년 BBWAA 투표로 입회한 선수 중 전문 3루수는 롤렌과 치퍼 존스 뿐이다.한편 롤렌과 함께 입회를 노렸던 콜로라도 로키스 출신 강타자 토드 헬튼은 5번째 도전에서도 실패를 맛봤다. 입회 기준에 11표가 모자란 득표율 72.2%에 머물렀다.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한 만큼 입회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마지막 도전에 실패한 이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에서 2루수로 활약한 제프 켄트는 10번째 도전에서 46.5%의 득표율에 그쳤다.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른 이는 10번째 도전에서도 입회하지 못하면 투표 입회 도전 자격을 잃게 된다.금지 약물 논란을 빚은 이들은 이번에도 적은 득표를 기록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35.7%) 매니 라미레스(33.2%) 둘 다 40% 득표율에 미치지 못했다.선수 시절 '가을 사나이'로 명성을 날렸던 카를로스 벨트란은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절 사인 스캔들 논란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첫 걸음을 남겼다. 그는 득표율 46.5%로 올해 첫 번째 도전자 중 1위를 기록했다.롤렌은 현대야구 시대 위원회 투표를 통해 입회하는 프레드 맥그리프와 함께 올해 7월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리는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 참석한다. MLB 통산 493홈런을 친 맥그리프는 BBWAA 투표에서 탈락했으나 지난달 위원회 투표에서 만장일치를 얻고 입회 자격을 얻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1.25 15:32
프로야구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누가 테드 윌리엄스를 깎아내렸나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찰리 로는 테드 윌리엄스의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을 주장하며 윌리엄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로는 엉덩이 회전보다 체중 이동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50년 논쟁…뒷발 타격 vs 앞발 타격 윌리엄스가 강조하는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은 히팅 포인트가 축발(오른손 타자의 오른발)에 가깝다는 뜻으로 ‘뒷발 타격’이라고 불렀다. 로는 이 타격을 저격하며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엉덩이를 크게 돌리면 바깥쪽 공에 대응하기 어렵고 ▶당겨 치면 삼진과 땅볼이 나올 가능성이 크며 ▶타자들이 홈런을 친 순간을 보면 뒷발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아울러 로는 윌리엄스와 정반대의 이론을 주장했다. 메이저리그(MLB)의 위대한 타자를 비디오로 분석한 결과, 타격 순간 앞발에 체중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베이브 루스(통산 714홈런)를 넘어선 행크 애런(통산 755홈런)이 그런 것처럼 콘택트 순간 뒷발이 지면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즉 앞발에 체중이 실려야 하고, 뒷발에서 앞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게 좋은 타격을 하는 비결이라는 게 로의 이론이다.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은 1970년대 로가 타격 코치로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주목 받았다. 이는 곧 윌리엄스 타격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하체 움직임을 통해 파워를 쓰는 방법뿐 아니라 배트를 쥔 손을 쓰는 방법에서도 이견을 보였다.두 타격 이론은 50년 동안 맞붙었다. 그래서 결론이 나왔을까? 아니다.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과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은 각자의 해답이었을 뿐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엉덩이 회전력만을 이용해 타격하는 타자는 없다. 마찬가지로 체중 이동을 통한 추진력으로만 칠 수도 없다. 극단의 주장 사이에서 타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길을 찾아야 한다.두 타격 이론에서 난 어떤 유형의 타자였을까? 대부분은 내가 로테이셔널 히팅을 했다고 말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내 타격이 윌리엄스의 이론과 비슷하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그렇다고 내가 ‘뒷발 타격’만 한 건 아니다. 타구에 힘을 싣기 위해 직선 운동(체중 이동)과 회전 운동(엉덩이 회전)이 다 필요하다. 나는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을 ‘상대적으로’ 더 활용했을 뿐이다. 그러다 근력이 떨어진 30대 중반에는 체중 이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으려 했다. 즉 한 타자의 스윙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내가 ‘뒷발 타격’을 하려고 해도 투구가 내 마음대로 오는 게 아니다. 패스트볼 타이밍에 맞춰 힙턴을 하는데 변화구가 날아들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나는 뒷발에 집중돼 있던 무게중심을 앞발로 옮겼다. 오른 무릎으로 내 몸을 앞으로 밀어내면서, 제때 회전력을 살리지 못한 걸 추진력으로 만회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난 ‘뒷발 타자’일까? 아니다.다른 사례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MLB에서도 거포로 성장한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일본)의 타격을 유심히 봤다. 그의 메커니즘은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에 가깝다. 왼손 타자인 그는 로딩 때 앞발(오른발)을 지면에서 떼지 않는다. 오른발 뒤꿈치를 살짝 들었다가 놓으면서 강한 엉덩이 회전을 이용해 에너지를 폭발한다. 그가 2021~2022년 홈런 80개를 터뜨린 장면을 몰아보기 해보자. 히팅 포인트만 비교해도 절대 똑같지 않다. 임팩트가 뒷발에 이뤄지는 건 과장된 표현이다. 보통 타자 배꼽 앞에서 콘택트를 하면 포인트가 뒤에 있다고 한다. 오타니가 때린 홈런의 히팅 포인트는 다 다르다. 배꼽부터 앞발까지 40~50㎝에 이르는 구간에 넓게 퍼져있다. 엉덩이 회전으로 만드는 힘과 체중 이동으로 얻는 힘을 모두 쓰는 것이다. 다만 비중이 다를 뿐이다.이승엽 선배는 1990년대부터 ‘외다리 타법’으로 유명했다. 앞발을 높이 들었다가 내디디며 힘을 폭발했다. 체중 이동을 중시했으니 이승엽 선배는 로의 이론대로 친 걸까? 아니다. 힘을 모으는 과정은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이지만, 임팩트 순간에는 어느새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으로 바뀌어 있었다. 타격 후 이승엽 선배의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고 빙글 돌았던 이유였다. 답이 없다는 게 정답이다훌륭한 타자들은 대부분 직선 운동과 회전 운동을 모두 활용한다. 물론 극단적인 사례가 있다. 현대 야구에서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을 가장 잘 활용한 타자는 빅리그 통산 최다 홈런(762개) 기록자인 배리 본즈 같다. 약물 스캔들로 얼룩지긴 했으나, 강한 회전력을 만드는 그의 스윙은 MLB 역사에 손꼽힐 정도였다. 반대로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을 극단적으로 쓰는 타자도 있다. 크지 않은 체격으로 2020년 KBO리그에서 30홈런을 치고 MLB에 진출한 김하성은 전형적인 ‘앞발 타자’다. 그는 몸을 앞으로 전진(체중 이동)해서 모든 공을 찍어 치는 데 탁월하다. 하체 움직임도 좋지만 오른손을 쓰는 기술이 워낙 뛰어나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일반적으로 윌리엄스의 뒷발 타격은 파워 히터에게 더 좋다고 한다. 힘은 충분하니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고 타격하면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로의 이론은 정확성이 높은 타자가 장타력을 보강하기에 알맞다는 주장이 있다.이 말에 나도 대체로 동의한다. 전성기 시절 내 타격 영상을 보면 뒷발(오른발)이 지면에 딱 고정돼 있다. 흔히 말하는 ‘공을 받쳐놓고 치는’ 타격이었다.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의 특징이다. 파워가 충분한 시절이니 투구를 기다렸다가 또박또박 받아친 거다.그러나 30대 중반이 된 2016년 이후 내 타격 장면을 보면 뒷발이 앞으로 쓸려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즉 체중이 앞으로 이동하는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에 가까워진 것이다. 힘이 달리니 그렇게 된 것이다.이런 연구와 논쟁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윌리엄스의 말이 맞다거나, 로의 이론이 옳다는 게 아니다. 타격은 ‘종합 예술’이라는 점이다.투수가 던진 패스트볼은 0.4초 만에 홈플레이트를 통과한다. 그 공을 둥근 배트로 쳐내는 타격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일(윌리엄스)”이다. 그래서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 과학적 연구와 수없는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스윙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내 경우는 어땠을까? 내 타격은 로테이셔널 히팅 시스템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윌리엄스 이론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윌리엄스는 하이 패스트볼을 칠 때 투구의 윗부분을 다운컷하는 느낌으로 타격하라고 했다.내가 이해하기로 윌리엄스의 말은 ‘투구 스피드에 밀릴 때 타자는 타이밍을 빨리 잡으며 공을 내리찍어야 한다’는 조언 같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난 그러지 않았다. 윌리엄스가 활약한 시대와 달리 현대의 투수들은 패스트볼부터 느린 변화구의 구속 차이를 잘 이용한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면 변화구 대응이 어려워진다. 또 하이 패스트볼을 내려치면 왼 어깨가 열리는, 즉 ‘벽’이 무너지는 걸 느꼈다. 그게 도어스윙이다.그래서 난 하이 패스트볼을 무리하게 쫓아가기보다는 내 스윙 밸런스에 더 집중했다. 타이밍은 패스트볼과 브레이킹볼 중간 정도로 잡았다. 히팅 포인트를 내 몸통 가까이 두고, 내가 예측한 것보다 공이 빠르게 날아오면 순발력으로 대응하려 했다. 타구에 힘을 더 실으려 노력했고, 꼭 높은 공을 타격해야 할 때는 올려서 쳤다. 나는 윌리엄스와 대척점에 서 있는 로의 이론에서 타격 아이디어를 떠올린 적도 많았다. 무엇이 자신에게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해야 한다. 타격은 두 이론이 서로 부딪히면서 함께 고민하는, 아주 긴 토론이다.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1.25 07:30
메이저리그

'청정 거포' 저지, 시즌 62호포...매리스 넘어 AL 신기록 달성

'청정 거포'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가 아메리칸리그(AL) 단일시즌 홈런 신기록을 썼다. 저지는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 경기에 1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 1회 초 첫 타석에서 텍사스 선발 투수 헤수스 티노코로의 3구째 시속 142㎞ 슬라이더를 공략,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때려냈다. 저지의 2022시즌 62호포. 저지는 지난 29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61번째 홈런을 때려내며, 양키스 전설 로저 매리스가 1961년 경신한 AL 단일시즌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후 5경기에서 홈런 없이 16타수 3안타로 부진했지만, 정규시즌 2경기를 남겨두고 침묵을 깨며 기어코 신기록(62개)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저지는 9월 21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서 60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MLB 역대 6번째로 단일시즌 60홈런을 넘어선 타자가 됐다. 2001년 배리 본즈(73개)와 새미 소사(64개) 이후 21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미국 현지 매체는 "사실상 61년 만에 나온 60홈런 타자"라는 목소리를 냈다. 2004년 터진 MLB 선수들의 약물 스캔들이 미국 법무부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고, 본즈와 소사가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약물 시대'가 도래하기 전 마지막으로 60홈런을 친 타자는 1961시즌 매리스였다. 단일시즌 기준으로 저지보다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본즈와 마크 맥과이어(1998년 70홈런·1999년 65홈런), 소사(1998년 66홈런·1999년 63홈런·2001년 64홈런)뿐이다. 이들은 모두 내셔널리그(NL) 소속이었다. 맥과이어도 약물 복용이 확인됐다. 순수 거포 저지가 새 역사를 썼다. 안희수 기자 2022.10.05 09:40
메이저리그

[IS 피플]스테로이드 시대를 저격한 저지...그에 관한 8가지 이야기

천부적 재능과 축복받은 신체조건 노력하는 자세, 무엇보다 겸손하고 바른 인성을 갖췄다. 2022년 미국 전역을 달구고 있는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 '청정 거포' 애런 저지(30) 얘기다. 저지는 지난 2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홈 경기에 선발 출전, 팀이 4-8로 지고 있던 9회 말 타석에서 상대 투수 윌 크로우의 싱커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저지의 시즌 60번째 홈런이 터진 순간이다. 1927년 MLB 레전드 베이브 루스가 최초로 단일시즌 60홈런을 넘어섰고, 이후 로저 매리스(1961년·61개) 마크 맥과이어(1998년 70홈런·1999년 65홈런) 새미 소사(1998년 66홈런·1999년 63홈런·2001년 64홈런) 배리 본즈(2001년 73홈런)가 뒤를 이었다. 저지가 MLB 역사상 6번째로 60홈런을 때려낸 타자가 됐다. 횟수로는 9번째다. MLB에서 60홈런 이상 기록한 타자가 나온 건 2001년 소사와 본즈 이후 21년 만이다. 미국 현지에선 "사실상 61년 만에 나온 기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4년 터진 약물 스캔들이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거쳐 사실로 드러났고, 맥과이어·소사·본즈가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저지는 도핑 검사가 강화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60홈런을 때려낸 타자다. 루스와 로저스에 이어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만든 대기록이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22일까지 타율 0.317 60홈런 128타점을 기록한 저지는 아메리칸리그(AL) 타격 3관왕(타율·타점·홈런)도 노린다. 21세기 최고의 타자로 나아가고 있는 저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 한 부부가 마음으로 낳은 아들 저지는 입양아다. 1992년 4월 26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태어난 그는 다음날 린덴에서 교사로 일하던 웨인-패티 저지 부부에게 입양됐다. 10살 무렵 저지는 자신과 부모가 닮지 않은 점을 이상하게 여겼고, 저지 부부는 이때 그에게 입양 사실을 전했다고. 저지는 전과 다름없이 책임감과 예의를 중시하는 부부의 가르침 속에 성장했다. 그는 빅리거가 된 뒤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로부터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는 법, 사람들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양키스 선수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 자이언츠팬, '악의 제국' 슈퍼루키로 저지가 자란 린덴은 샌프란시스코와 가까운 편이다. 저지도 지역 야구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종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그가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저지는 린덴 고등학교 시절, 준수한 학업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미식 축구(풋볼)·농구·야구 3대 스포츠 모두 두각을 드러낸 스포츠 엘리트였다. 졸업반이었던 2010년에는 MLB 구단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그를 지명하기도 했다. 수많은 대학 풋볼팀이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저지는 프레스노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학업을 이어가길 바라는 부모의 뜻에 따랐다. 대학에선 야구만 전념했고, 투수 겸업도 중단했다. 오직 외야수로 나섰다. 3학년이었던 2013년에는 출전한 56경기에서 타율 0.369 12홈런을 기록하며 특급 유망주다운 성적을 남겼다. 고교 시절부터 탁월한 신체조건(키 201㎝·몸무게 128㎏)과 파워도 주목받은 저지는 2013년 MLB 드래프트에서 뉴욕 양키스의 1라운드 두 번째 지명(전체 32위)을 받으며 '악의 제국'에 입성했다. 양키스는 그에게 샤이닝 보너스로 180만 달러를 안겼다. ◆ 빅리그 데뷔전 홈런 저지가 양키스와 계약한 직후 베이스볼아메리카는 저지에 대해 "타율 2할 5푼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삼진을 많이 당할 수 있다. 큰 키, 긴 팔을 가진 선수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파워는 탁월하다. 평균 이상의 어깨 힘을 갖고 있어 우익수 수비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저지의 타고난 신체 조건을 약점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저지는 다른 유망주에 뒤처지지 않고, 빠른 속도로 상위 무대에 올랐다. 2015년엔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며 한 시즌 20홈런을 쳤고, 2016년엔 트리플A에서만 19홈런을 기록했다. 빅리그 데뷔는 2016년 8월 14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이었다. 6년 뒤 '약물 시대'를 심판하는 타자로 이름을 남기는 선수가 등장한 경기다. 강렬했다. 조 지라디 당시 양키스 감독은 저지 그리고 내야 유망주 1위였던 타일러 오스틴을 나란히 콜업한 뒤 바로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저지는 오스틴과 함께 전무후무한 기록을 합작했다. 바로 루키 듀오의 데뷔 타석 백투백 홈런. 7번 타자(1루수)로 나선 오스틴이 투수 맷 안드리스로부터 먼저 홈런을 쳤고, 이어 8번 타자(우익수)였던 저지가 체인지업을 공략, 비거리 140m 대형 중월 홈런을 쳤다. MLB 역사상 최초 기록이었다. 양키스는 이 경기 전날 슈퍼스타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은퇴식을 치렀다. 리빌딩, 새 시대를 준비하던 양키스에 두 신성의 데뷔 타석 홈런은 의미가 있었다. ◆ 역대급 신인, 지터의 후계자 저지는 빅리그 콜업 첫 시즌(2016)은 기대에 못 미쳤다.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지만, 2016시즌 출전한 27경기에서 타율 0.179에 그쳤다. 홈런(4개)은 경기 수 대비 적은 편이 아니었지만, 타수(84)의 절반이나 삼진(42개)을 당할 만큼 정교한 타격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겨우내 빅리그에서 생존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래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편이었는데, 동료나 코치에게 여러 조언을 듣고 타격 메커니즘을 수정했다고 한다. 그렇게 맞이한 2017시즌. 저지는 역대급 레이스를 보여준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0.303 10홈런 20타점을 기록하며 '이달의 신인'으로 선정됐다. 6월 1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선 시속 195㎞ 홈런 타구를 때려냈다. 이튿날에는 시즌 최장 비거리(151m) 홈런까지 기록했다. 저지의 홈런은 빠르고 멀리 뻗었다. 전반기에만 30홈런을 친 그는 올스타 투표에서도 아메리칸리그(AL) 최다 득표(448만 8702표)를 얻으며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로 인정받았다. 후반기에도 저지의 진격은 멈추지 않았다. 꾸준히 홈런포를 생산했다. 9월 26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선 시즌 50홈런을 때려내며 'AL 신인 선수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MLB 대표 홈런 타자로 알려진 마크 맥과이어가 신인 시절 세운 49개를 넘어섰다. 저지의 2017시즌 최종 홈런 기록은 52개. 이는 여전히 AL 신인 선수 최다 홈런 기록이다. 저지는 시즌 종료 뒤 AL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1위 표를 모두 휩쓸며 만장일치 신인왕에 올랐다. 양키스는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가 신인왕에 오른 1996년 이후 21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했다. ◆ 저지스 체임버 저지는 2018·2019시즌 각각 27홈런을 때려냈다. 2017시즌보다 절반 정도 줄어든 수치. 이는 사구에 오른손목을 맞아 생긴 부상(2018)과 사근 통증(2019)을 안고 만든 기록이다. 단축 시즌(팀당 60경기)으로 치러진 2020시즌도 갈비뼈 부상으로 28경기에밖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2021시즌은 148경기를 소화하며 내구성 우려를 지웠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잠시 이탈했을 뿐이다. 2021시즌 홈런은 49개를 때려냈다. 저지를 향한 양키스팬의 사랑은 각별하다. 그는 리그 대표 선수이자 지터를 잇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당장 2017시즌부터 양키 스타디움 우측 외야에 그의 이름 저지(Judge·판사)를 딴 ‘저지스 체임버(Judge’s Chambers·저지의 법정)’라는 전용 응원석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 입장하는 팬들은 법복을 입고 법봉을 응원 도구로 사용한다.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전광판에는 마치 재판장에서 판사를 맞이하듯이 'ALL RISE(일동 기립)'이라는 문구가 새겨진다. 팬들도 이 문구를 직접 적은 피켓을 꺼내 들거나 육성으로 외친다. ◆ 힐만 감독과의 인연 저지가 한창 MLB를 달궜던 2017시즌, 당시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이끌던 트레이 힐만 감독이 현장에서 저지를 언급했다. 그는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팀 육성 코치로 일할 때 막 입단한 저지를 지도하며 받은 인상을 전했다. 힐만 감독은 "긍정적인 사고와 겸손한 자세를 지닌 선수였다. 뛰어난 신체적·정신적 자질을 갖춘 대단한 유망주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마이너리그에서도 정말 최선을 다해 훈련했다. 열린 귀로 코치진의 조언을 경청했다. 배우려는 자세를 보였다"며 저지의 남다른 면모를 소개했다. 힐만 감독은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하는 저지에게 입버릇처럼 "자세를 낮춰"라고 조언했다고. 저지는 "나를 작아 보이게 하고 싶은가"라며 농담을 하면서도 힐만 감독과 눈을 맞추기 위해 몸을 낮추는 배려를 보이기도 했다고. ◆ 영어강사 존 저지 저지의 형 존 저지는 한국 출생 입양아로 알려졌다. 저지는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형 존이 현재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회가 된다면 형을 만나기 위해 한국행도 고려 중이라고도 전했다. 저지는 양키스 입단 초기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진 롭 레스프나이더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주 개인 SNS(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오는 11월 부산(사직구장)과 서울(고척 스카이돔)에서 'MLB 월드투어 코리아시리즈 2022'이 열린다. MLB 월드 투어 일환이다. 마이크 매시니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이 MLB 올스타팀 지휘봉을 잡는다. 아직 선수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다. 한국과 인연이 있는 저지가 이번 대회에 참가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 피앙세 사만다 브랙시크 저지는 지난해 12월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여자친구 사만다 브랙시크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하객은 가족 친지 지인 그리고 양키스 동료 몇 명 정도였다고. 최초 보도는 야구 인기가 높지 않은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이었다. 고교(린덴) 시절 인연을 맺은 커플은 대학(프레스노)도 함께 진학해 사랑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MLB 슈퍼스타들의 아내나 여자친구도 주목받게 마련이다. 사만다는 상대적으로 노출이 많지 않았지만,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음주운전 혐의로 조사받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안희수 기자 2022.09.22 16:00
메이저리그

'4400억원 사나이' 타티스 주니어, 약물 복용 혐의...80G 징계

메이저리그(MLB)를 이끌어갈 주역을 기대받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3·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중징계를 받았다. MLB닷컴은 13일(한국시간) "MLB 사무국이 타티스 주니어에게 8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도핑 테스트에서 경기력 향상 물질인 클로스테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타티스 주니어의 소속팀 샌디에이고는 "선수의 MLB 공동 재활 프로그램 규정 위반 사실에 대해 실망감을 전한다. 우리는 해당 규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타티스 주니어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함께 MLB 대표 '2세 야구인'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시즌(2021) 타율 0.282 42홈런 97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기간 14년, 총액 3억 4000만 달러(약 4440억원)라는 초대형 연장 계약을 하기도 했다. 타티스 주니어가 복용한 약물은 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됐다. 타티스 주니어가 지난 3년(2019~2021) 동안 보여준 '천재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젊은 선수이자 이미 스타인 타티스 주니어의 약물 복용 혐의는 MLB와 야구팬에 큰 충격을 안겼다. 타티스 주니어는 지난 3월 고향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왼손목 골절상을 입었다. 최근 복귀에 시동을 걸었는데, 약물 스캔들이라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샌디에이고는 최근 리그 정상급 타자 후안 소토, 마무리 투수 조쉬 헤이더를 영입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겨냥했다. 타티스 주니어가 복귀하면 그야말로 '지뢰밭 타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런 기대감도 무너졌다. 안희수 기자 2022.08.13 09:15
스포츠일반

외교 보이콧·코로나·오심과 편파·도핑스캔들까지…논란의 베이징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애초부터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국민에게만 경기장 입장을 허용, 중국 선수들만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출전했다. 선수와 대회 관계자를 베이징 시민 생활권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 '폐쇄 루프'를 운영했다. 엄격한 방역 기준 탓에 선수와 취재진 등 대회 관계자의 불편 호소가 잇따랐다. 대개 올림픽에는 각국 정상이 참석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중국 내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서다. 결국 반쪽짜리 외교 무대만 펼쳐졌다.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의 정상급 인사들만 참석하고, 대부분의 서방 국가는 정부 대표단을 중국에 보내지 않았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은 대회 중반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도핑 스캔들로 얼룩졌다. 발리예바가 지난해 12월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효과도 내는 금지 약물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그러나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발리예바가 단체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직후 이를 통보했다.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발리예바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안길 수도 있다"며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을 허용했다. 전 세계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심리적 압박을 받은 발리예바는 개인전에서 4위에 그쳤다. 이번 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지난 4일 개막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소수민족 대표 자격으로 등장해, 중국의 오성홍기를 전달했다. '한복 공정', '문화 공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국이 한국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고, 김치나 한복을 자국 문화인 것처럼 주장한 적 있기에 많은 국민이 개막식을 바라보며 분노했다. 특히 쇼트트랙에서 나온 편파 판정으로 베이징 올림픽을 향한 불신과 불만은 극에 달했다. 지난 7일 남자 쇼트트랙 개인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체대)가 각각 1조 1위와 2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실격 처리됐다. 심판진은 두 선수가 경합 과정에서 반칙을 했다고 판단했다. 공교롭게도 황대헌과 이준서를 대신해 중국 선수가 결승에 올랐고, 결국 중국 런쯔웨이는 예선부터 단 한 번도 1위를 하지 않고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선 헝가리 류사오린 산도르가 1위를 했으나 실격 처리됐다. 쇼트트랙 첫 종목이 열린 5일 2000m 혼성계주에서 중국이 선수간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페널티 없이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또다시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했다. 체육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 선수단은 공식 항의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기억에 오래 남을 올림픽"이라고 했지만, 외부의 평가는 상당히 냉정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올림픽은 최악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스캔들 올림픽'"이라고 비판했다. 이형석 기자 2022.02.22 05:30
스포츠일반

편파판정→운영논란→도핑,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러 전쟁

'평화의 제전'이어야 할 올림픽이 강대국들의 '힘의 제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2022 베이징 올림픽에 관한 이슈는 모두 러시아를 향하고 있다.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금지약물 적발 때문이다. 지난 8일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우승한 발리예바는 이후 금지약물 적발이 확인됐다. 도핑 적발을 확인했던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선수에게 검사 결과 통보가 늦었다며 출전 정지를 철회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이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지만, CAS는 RUSADA의 손을 들어줬다. 출전 정지가 풀려 15일 피겨 여자 싱글 종목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발리예바는 합계 82.16점을 받고 30명의 선수 중 1위를 차지했다. 17일 프리스케이팅을 끝내면 종합 1위가 유력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세계 각국의 반발을 샀고 금메달 수상도 불투명하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스포츠의 순수성을 지키고 있는 선수들의 노력과 권리가 부정당했다. 이번 결정으로 러시아의 부정행위를 영원히 허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발리예바가 활약한 피겨 단체전에서 2위에 머물렀다. IOC는 "발리예바가 3위 안에 들면 공정성을 위해 메달 시상식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중국은 발리예바 스캔들로 반사이익을 얻었다. 대회 개최국 중국은 동계올림픽 내내 잡음을 일으켰다. 세계의 2강(G2)으로 꼽히는 국력을 앞세워 외교적, 정치적 갈등을 겁내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회를 운영했다. 시작은 미·중 외교 문제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문제를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위구르족 문제는 개회식까지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 선수를 성화 마지막 주자로 내세워 미국의 인권 탄압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했다. 개회식 공연에서는 ‘한복 공정’ 논란이 일었다. 소수민족 의상을 입고서 오성홍기를 든 이들 중 한 사람이 한복을 입고 등장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중국 중심의 갈등은 일련의 편파 판정까지 이어졌다. 지난 5일 열렸던 혼성 계주 준결승에서는 미국·러시아·중국 세 나라의 희비가 엇갈렸다. 레이스에서 1, 2위를 기록한 건 미국과 러시아였지만 결승에 진출한 건 중국이었다. 두 나라는 중국 선수 간 교대를 방해했다며 실격 처리됐다. 반면 방해를 받았다고는 해도 교대 상황에서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중국에는 어떤 페널티도 주어지지 않았다. 편파 판정은 1000m 경기에서도 계속됐다. 한국 대표팀 황대헌이 준결승 1조에서 중국 선수 2명의 안쪽을 접촉 없이 파고들어 1위를 탈환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판독을 거쳐 레인 변경이 늦었다며 페널티를 부여해 그를 탈락시켰다. 결승에서는 샤오린 산도르 류(헝가리)가 린쯔웨이(중국)의 반칙성 플레이를 딛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판독을 거쳐 오히려 산도르 류에게 페널티를 부여하면서 금메달은 린쯔웨이의 차지가 됐다. 대회 운영도 좌충우돌이다. 일관성 없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격리 절차가 각국 선수들의 불만을 샀다. 빙질과 설질도 끊임없이 지적된다. 강설량이 적어 대량의 인공눈을 뿌린 탓에 정상급 선수들도 설상에서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미케일라 시프린(미국)도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시프린은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현역 최다 우승 기록(73회) 보유자이자 소치 대회 회전 종목, 평창 대회 대회전 금메달을 수상한 강자다. 그러나 시프린은 이번 대회에서 대회전과 회전 모두 눈 위에서 미끄러지는 이변을 겪었다. 그는 이후 두 종목에서도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17일 알파인 복합에서 수상하지 못한다면 ‘노메달’로 대회를 마치게 된다. 이런 모든 눈란을 발리예바 스캔들이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 AP통신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올림픽 브리핑에서 외신 기자들은 펑솨이, 위구르족, 폐쇄 루프 시스템의 효율성 같은 중국에 민감한 문제들을 질문했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러시아 중심의 약물 스캔들이 전부"라고 전했다. 올림픽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발레친스키도 "발리예바 스캔들의 가장 큰 승리자는 중국 정부다. 인권 문제를 방어하느라 굳이 말을 돌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차승윤 기자 cha.seunyoon@joongang.co.kr 2022.02.16 16:52
스포츠일반

"도핑 선수엔 할말 없다" 곽민정·이호정 분노의 '침묵 해설'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피겨스케이팅 해설위원들이 도핑 파문에도 출전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연기에 '침묵 해설'을 했다.발리예바는 15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을 얻어 합계 82.16점으로 1위에 올랐다. 안나 셰르바코바(ROC·80.20점)를 1.94점 차로 제쳤다.스물 여섯 번째 순서로 나선 발리예바는 트리플 악셀 착지 과정에서 실수했지만, 다른 요소를 모두 완벽하게 연기했다. 그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였다. ROC 관계자들과 러시아 관중, 일부 중국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다.발리예바는 올림픽 단체전이 끝난 뒤 도핑 스캔들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 당시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게 뒤늦게 밝혀졌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잠정적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도 이의를 제기를 했으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용했다.이날 경기를 중계한 한국 중계진은 발리예바의 경기에 대해 큰 평가를 하지 않았다. SBS 이호정 해설위원, KBS 곽민정 해설위원 모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이호정 해설위원은 경기 후 "도핑을 하고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경기에 해설을 할 수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훈련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정정당당하게 싸운 선수들의 노력은 뭐가 되는 건가"라고 말했다.곽민정 해설위원은 "별로 하고 싶은 말이 딱히 없었다. 중계 안 하고 싶었다. 출전 여부는 내가 결정할 수는 없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좋은 눈초리가 아닐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그 부분이 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베이징=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2.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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